3편. 소형발사체 항법장비의 핵심은 정확도보다 ‘고장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구조’다
발사체 항법장비는 비행 중인 발사체의 위치, 속도, 자세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비행제어장치에 전달한다. 이 정보가 흔들리면 발사체는 계획된 궤적을 벗어나고, 최종적으로 위성을 목표 궤도에 투입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항법장비는 단순한 위치측정 장치가 아니다. 발사 임무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 핵심 장비다.
소형발사체 항법장비는 GNSS 수신기, 관성측정장치인 IMU, 항법컴퓨터, 융합 알고리즘, 오류감시 기능으로 구성된다. 목표는 고정밀 성능뿐 아니라 고가속, 고진동, 방사선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GNSS만으로 발사체를 제어할 수 없는 이유
GNSS는 위성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장시간 누적오차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신호 차단, 전파 간섭, 재밍, 수신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INS는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로 자체 위치와 자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외부 신호가 없어도 작동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센서 오차가 누적된다.
두 방식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GNSS와 INS를 융합한다. GNSS가 정상일 때는 INS의 누적오차를 보정하고, GNSS 신호가 불안정한 구간에서는 INS가 짧은 시간 동안 항법 정보를 유지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데이터 결합이 아니다. 발사체의 고가속과 진동 상황에서도 필터가 발산하지 않아야 하고, 센서 이상을 정상 데이터로 잘못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IMU 성능표보다 실제 환경 적합성이 중요하다
IMU에는 3축 자이로스코프와 3축 가속도계가 들어간다. 정지 상태에서 우수한 센서도 발사 순간의 강한 진동과 충격, 급격한 온도 변화에서 오차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항법장비 개발에서는 센서 자체 사양과 함께 장착 정렬오차, 온도별 바이어스, 진동에 따른 출력 변화, 자이로 드리프트 보정이 중요하다.
2026~2028년 기술개발 방향은 우주환경에 적합한 고신뢰 MEMS 센서, GNSS·INS 융합 필터, 항법컴퓨터 이중화, 실시간 데이터 무결성 감시 기술을 핵심으로 설정하고 있다.
제가 과제기획서를 검토할 때 자주 보는 약점도 이 부분이다. 알고리즘의 평균 위치오차는 자세히 제시하면서 센서 한 개가 고장 났을 때 어떤 모드로 전환되는지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사체에서는 평상시 정확도보다 이상 상황을 얼마나 빨리 탐지하고 격리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중화는 장비를 두 개 넣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항법컴퓨터 이중화는 같은 장비를 두 개 배치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두 컴퓨터의 결과가 다를 때 어느 쪽을 신뢰할지 판단해야 하고, 주 장비가 고장 났을 때 예비 장비로 자동 전환되어야 한다. 전환 과정에서 항법 데이터가 끊기거나 순간적으로 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장 탐지, 고장 격리, 자율 복구 기능이 필요하다. 항법 데이터가 현재 신뢰 가능한 상태인지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무결성 감시도 중요하다.
RAIM이나 SBAS와 같은 무결성 관리 개념을 적용하더라도 발사체 임무 특성에 맞게 경고 한계와 대응 시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국산화에서 가장 큰 장벽은 시험 데이터다
고성능 자이로, 가속도계, 우주급 프로세서 등은 수출통제와 공급망 제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항법장비 국산화는 안보와 발사 서비스 자립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부품을 국산으로 교체했다고 바로 상용 항법장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동시험, 충격시험, 열진공시험, 전자파 적합성 시험, HIL 시험, 실제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특히 센서 오차모델과 융합 필터는 반복시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정되어야 한다.
사업화 가능한 항법장비는 ‘정확한 장비’가 아니라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고, 고장 상태에서도 임무를 유지하며, 그 성능을 시험 데이터로 증명한 장비다.
소형발사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발사 실패 한 번의 비용을 생각하면 신뢰성에 대한 투자를 줄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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