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재사용 발사체용 소재는 왜 ‘고온을 견디는 것’만으로 부족한가

 

6편. 재사용 발사체용 소재는 왜 ‘고온을 견디는 것’만으로 부족한가

우주발사체 소재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초고온 내열 소재’다. 발사체 엔진과 노즐, 재진입 비행체가 높은 온도에 노출되기 때문에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개발 과제를 검토해 보면 온도 수치만 강조하고 실제 운용 조건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사용 발사체용 소재는 한 번 높은 온도를 견디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발사, 상승, 엔진 연소, 냉각, 재진입 과정에서 열과 기계적 하중을 반복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내열성뿐 아니라 내삭마성, 열충격 저항성, 산화 저항성, 반복 사용 후의 잔존 강도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노즐 소재는 열뿐 아니라 유동에 의해 깎인다

로켓엔진의 노즐 확대부는 초고온 연소가스가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부품이다.

이 과정에서 소재는 단순히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고온·고속 유동에 의해 표면이 점차 깎이는 삭마 현상을 겪는다. 화학적으로도 산화제 과잉 환경이나 반응성 가스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소재의 녹는점만 높다고 좋은 노즐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온에서 강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균열이 없어야 하며, 표면 손실이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되어야 한다.

우주 시스템 제작 소재 분야에서는 초고온 세라믹, C/SiC 복합재, 내산화 코팅, 회전부품용 코팅 소재와 공정이 핵심 개발영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C/SiC가 주목받는 이유

C/SiC는 탄소섬유 기반 구조에 실리콘카바이드 계열을 결합한 세라믹 복합재다.

금속보다 가볍고 고온에서 우수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노즐 확대부, 열차폐 구조물, 위성용 추력기 부품 등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

다만 C/SiC라는 소재명만으로 성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섬유 배열, 기지재 침투, 기공률, 열처리 조건, 표면 코팅에 따라 물성이 크게 달라진다.

제가 기술개발계획서를 검토할 때도 “C/SiC를 적용한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목표 온도, 열유속, 삭마율, 반복 횟수, 시험편과 실제 구조물 간의 크기 차이를 함께 확인해야 개발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로드맵에서는 노즐 확대부 설계·제조기술과 함께 열·기계적 물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성용 추력기 등으로 응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내산화 코팅은 보조기술이 아니라 수명기술이다

초고온 복합재가 우수한 강도를 갖고 있더라도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표면 산화가 진행될 수 있다.

산화가 시작되면 표면이 손상되고 미세균열이 내부로 전파되면서 전체 구조의 수명이 짧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산화 코팅을 적용한다.

중요한 것은 코팅 자체의 내열성뿐 아니라 모재와의 열팽창 차이다. 모재와 코팅층이 서로 다르게 팽창하고 수축하면 경계면에서 박리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코팅 소재 개발과 함께 전처리, 도포 방식, 경화 조건, 두께 균일도, 접착력, 반복 열주기 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좋은 과제는 코팅 재료의 조성만 개발하지 않는다. 실제 부품에 적용할 수 있는 공정 윈도와 품질 판정기준까지 제시한다.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복시험이 필수다

일회용 발사체 부품은 한 번의 임무를 견디는 것이 기본 목표다. 재사용 발사체 부품은 임무가 끝난 뒤에도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요구되는 시험 방식이 달라진다.

단일 고온시험에서 살아남았더라도 냉각 후 미세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나 세 번째 가열에서 균열이 성장하거나 코팅이 박리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재사용 소재는 다음과 같은 순환시험이 필요하다.

가열 → 냉각 → 외관검사 → 비파괴검사 → 물성 측정 → 재가열

개발 목표도 최고 온도 하나로 잡기보다 반복 횟수별 강도 저하율, 질량 감소율, 균열 발생 기준, 코팅 박리 면적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소재사업의 경쟁력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

우주용 소재는 범용 소재처럼 카탈로그 물성만으로 설계하기 어렵다. 실제 제조공정과 형상, 두께, 섬유 방향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할 자산은 소재 샘플보다 시험 데이터다.

온도별 물성, 열주기별 잔존 강도, 삭마율, 산화율, 공정조건별 편차를 축적하면 후속 제품 설계 속도가 빨라지고 고객의 인증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다.

우주용 소재 개발은 좋은 재료 하나를 찾는 연구가 아니다. 소재, 공정, 시험, 설계 데이터를 연결해 반복 생산이 가능한 제조기술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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