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중소기업이 우주산업에 진입할 때 완제품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두 가지 역량

 

10편. 중소기업이 우주산업에 진입할 때 완제품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두 가지 역량

우주산업이 성장한다는 전망을 보고 위성이나 발사체 완제품 개발부터 계획하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구조를 보면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체계종합기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막대한 개발비와 시험인프라가 필요하고, 발사와 궤도 운용 실적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우주산업에 진입할 때는 전체 시스템보다 체계기업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핵심 소부장과 시험·양산 기술에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우주 시스템 전략은 추진제 공급부품, 항법센서, 경량 복합재와 같은 틈새 분야의 국산화와 위성 표준 플랫폼, 공정 자동화,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역량을 두 축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역량은 극한환경 신뢰성이다

우주용 부품은 일반 산업용 부품보다 성능수치가 조금 높은 제품이 아니다.

진공, 방사선, 극저온과 초고온, 강한 진동과 충격에서 정상 작동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해도 사람이 현장에서 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고장 가능성을 설계단계에서 낮춰야 한다.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좋은 분야로는 다음과 같은 품목을 들 수 있다.

  • 극저온 베어링과 비접촉 씰
  • 고속 응답형 정밀밸브
  • 복합재 배관과 추진제 탱크
  • 고신뢰 항법센서와 전원모듈
  • 위성 자세제어 구동기
  • 내열·내삭마 소재와 코팅

이들 품목은 전체 발사체나 위성보다 개발범위는 작지만 요구되는 신뢰성은 낮지 않다.

따라서 단순 제작능력보다 시험기준과 품질관리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역량은 저비용 양산과 시험 자동화다

뉴스페이스 시장에서는 위성을 한 대씩 수작업으로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동일한 위성을 빠르게 반복 생산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군집위성은 수십 기, 수백 기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품의 표준화와 모듈화가 필요하다. 조립공정과 시험공정을 자동화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인력과 비용도 그대로 증가한다.

위성용 애비오닉스와 자세제어 모듈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 기능을 표준 모듈로 구성하면 위성별 설계변경을 줄이고 통합시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우주 시스템 전략품목은 전기추진, 소형발사체 항법장비, 추진제 공급·저장부품, 제작 소재·공정, 자세제어 모듈, 초소형 위성 애비오닉스, 항법유도제어 시뮬레이터 등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기술개발 전에 고객의 검증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제가 기업의 R&D 과제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개발하고 싶은 기술이 아니다.

실제 수요기업이 어떤 조건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어떤 시험성적과 인증자료를 요구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우주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체계기업이 요구하는 진동규격, 열진공 조건, 전자파 적합성, 재료 추적성, 형상관리, 품질보증 문서를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이를 모르고 시제품부터 만들면 개발이 끝난 뒤 설계를 다시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주용 부품은 작은 재료 변경이나 회로부품 변경도 기존 시험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개발단계부터 양산 부품의 공급 가능성과 단종 위험을 검토해야 한다.

국산화율보다 실제 공급 가능성이 중요하다

사업계획서에는 흔히 국산화율 몇 퍼센트라는 목표가 제시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산화라는 표현만으로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입품보다 가격이 낮더라도 신뢰성 데이터와 납품 이력이 부족하면 체계기업이 적용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국산화는 다음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설계기술 확보, 반복생산 가능, 시험기준 충족, 원재료와 부품의 안정적 조달, 변경관리 가능, 고객사 품질감사 대응, 후속 유지보수 가능.

즉 제품을 한 번 만들어 본 것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다.

우주 헤리티지를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주력 발사체나 대형위성에 제품을 탑재하기는 어렵다.

지상 환경시험에서 시작해 비행시험, 큐브위성이나 초소형 위성 탑재, 공공 실증사업, 체계기업 공급으로 단계적으로 헤리티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품의 적용범위를 너무 넓게 잡으면 오히려 검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처음에는 특정 온도와 압력, 특정 위성급, 특정 발사체 규격에 집중하고 검증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중소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빠른 문제해결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은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하면 자본과 인프라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반면 체계기업이 해결하지 못한 세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면 중소기업에도 기회가 생긴다.

극저온 누설을 줄이는 씰, 위성 조립시간을 줄이는 통합 모듈, 해외 장비를 대체하는 시험 시뮬레이터처럼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 우주사업의 출발점은 “우리도 위성을 만들겠다”가 아니다.

우주 시스템 전체에서 비용, 납기, 공급망, 신뢰성 문제를 발생시키는 병목이 무엇인지 찾고, 그 병목을 시험 데이터가 있는 제품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진입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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