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항법유도제어 시뮬레이터 국산화가 실제 비행체 개발보다 먼저 필요한 이유
발사체와 위성, 드론, 자율주행차의 항법장치를 개발하려면 실제 비행시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수정할 때마다 발사체를 쏘거나 항공기를 운항할 수는 없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험조건을 동일하게 반복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실제 위성항법 신호와 관성센서 출력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주는 항법유도제어 시뮬레이터가 필요하다.
항법유도제어 시뮬레이터는 GNSS 신호와 IMU 측정값을 생성해 항법장치, 유도제어 알고리즘, 응용 소프트웨어를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검증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장비다.
GNSS 신호를 만든다는 것은 전파만 출력하는 일이 아니다
GNSS 시뮬레이터는 GPS, Galileo, BeiDou, GLONASS, KPS 등의 신호를 생성해야 한다.
단순히 정상 신호를 출력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성의 위치, 사용자 이동, 전리층과 대류권 지연, 건물이나 지형에 의한 다중경로, 신호 차단과 간섭까지 반영해야 한다.
발사체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비행체는 도플러 변화도 크다. 여러 위성군과 주파수를 동시에 모사하면서 시간 동기까지 유지해야 한다.
로드맵에서는 다중 GNSS·SBAS 신호를 소프트웨어로 생성하고 실제 측정값과 비교해 위치·속도·시각 오차가 기준 범위에 들어오도록 모델 정확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F 출력장치는 시간정합성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에서 신호 모델을 만들었다고 시험장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생성된 데이터를 실제 GNSS 수신기가 받을 수 있는 RF 신호로 바꿔야 한다. 여러 주파수와 채널을 동시에 출력하고 각 채널의 시간차를 나노초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GPU, FPGA, SDR 기반 장비를 사용하면 유연한 신호생성이 가능하지만 처리지연과 동기오차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다중 안테나나 다중 수신기를 시험할 때 채널 간 시간정합성이 어긋나면 실제 항법장비의 오류인지 시뮬레이터의 오류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뮬레이터 자체에 대한 교정과 정확도 검증체계가 필요하다.
IMU 오차모델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관성항법장치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출력을 이용해 위치와 자세를 계산한다.
실제 센서는 완벽하지 않다. 바이어스, 랜덤워크, 스케일팩터, 축간 오차, 온도영향이 발생한다.
따라서 시뮬레이터는 이상적인 운동값만 출력해서는 안 된다. 항법급, 전술급, 상용급 등 센서 등급별 오차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발사체·항공기·차량·드론의 6자유도 운동을 모사하고, 그에 따른 IMU 데이터와 GNSS 관측값을 동시에 생성해야 GNSS·INS 융합 알고리즘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
HIL 시험은 개발 위험을 줄여준다
HIL은 실제 항법컴퓨터나 제어기를 시뮬레이터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시험하는 방식이다.
시뮬레이터가 비행환경을 만들면 항법컴퓨터는 이를 실제 센서 신호처럼 받아 계산한다. 계산 결과는 다시 시뮬레이션 모델에 반영되어 다음 움직임을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알고리즘 오류뿐 아니라 입출력 지연, 통신 끊김, 프로세서 부하, 소프트웨어 예외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제가 기술개발 과제를 검토할 때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는 계획보다 실제 시험대상 장비를 연결한 폐루프 시험계획이 있는 과제를 높게 평가한다. 제품 개발과 시험인프라가 연결되어야 실질적인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산화의 가치는 장비가격 절감에만 있지 않다
항법 시뮬레이터는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해외 장비는 도입비뿐 아니라 기능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라이선스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국방과 우주 분야의 민감한 시험 시나리오가 해외 기술과 장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산 장비를 확보하면 KPS와 KASS, 발사체, 군집 드론, UAM, 자율주행 등 국내 환경에 맞는 신호와 시나리오를 신속하게 추가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학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시험·검증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항법유도제어 시뮬레이터는 실제 비행체를 대신하는 장비가 아니다.
실제 비행시험 전에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같은 조건을 반복해 제품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개발 기반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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